한잔로그

전통주 빚기의 기본 과정과 재료 술이 태어나는 한 잔의 담긴 시간의 향기

한잔 로그 2025. 8. 18. 23:49

전통주 빚기의 기본 과정과 재료

술이 태어나는 순간  한 잔의 담긴 시간의 향기

전통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수백 년의 지혜와 손맛이 녹아 있는 문화입니다. 한 모금 속에는 곡물의 향, 발효의 시간, 그리고 빚은 이의 정성이 담겨 있죠. 특히 술을 직접 빚어본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술이 익어가는 그 며칠, 매일 조금씩 변해가는 향과 맛을 확인하는 기쁨이 얼마나 설레는지를. 오늘은 술 전문가의 시선으로 전통주 빚기의 기본 과정과 재료, 그리고 발효·양조 과정의 핵심을 쉽게 풀어드립니다.

전통주 빚기의 기본 과정과 재료 술이 태어나는 한 잔의 담긴 시간의 향기

전통주 빚기의 기본 개념

전통주란 전통적인 재료와 방법을 통해 빚은 우리 고유의 술을 말합니다. 쌀, 보리, 밀 등 곡물을 주원료로 하고, 누룩이라는 발효제를 사용해 알코올을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막걸리(탁주), 약주, 청주, 증류주 등 술의 종류에 따라 숙성 방식과 여과 방법이 달라집니다. 전통주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원료 곡물의 품질
  2. 누룩의 종류와 숙성도
  3. 발효 환경(온도·습도)
  4. 발효와 숙성의 시간 관리

재료 준비 : 술 맛의 첫 번째 비밀

전통주를 빚을 때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재료 선택입니다.

  • : 찹쌀은 부드럽고 단맛이 강하며, 멥쌀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냅니다.
  • 누룩: 백국(흰 곰팡이), 황국(누런 곰팡이), 흑국(검은 곰팡이) 등 종류에 따라 발효 속도와 향이 다릅니다.
  • : 미네랄이 적당한 깨끗한 물이 필요합니다. 물맛은 술맛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지하수나 산간 계곡수처럼 부드러운 물이 선호됩니다.
    재료의 질은 술맛에 직결됩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술의 반은 이미 결정되는 순간’이라고 부릅니다.

쌀 씻기와 쪄내기 : 발효의 준비 운동

쌀은 불순물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그다음 불린 쌀을 쪄내는데, 이 과정에서 쌀의 전분이 젤라틴화되어 발효에 적합한 상태로 변합니다.
직접 빚어본 제 경험으로는, 쌀을 찌는 순간 나는 고소한 향이 참 매혹적입니다. 이 향이 그대로 술의 밑향이 됩니다. 쌀을 찔 때 너무 무르게 하면 발효가 빠르지만 잡향이 생길 수 있고, 너무 단단하면 발효가 늦어집니다. 균형이 중요하죠.


누룩과의 만남 :  발효의 시작

찐 쌀을 식힌 뒤 누룩과 섞으면 발효가 시작됩니다. 누룩 속 효소가 쌀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고, 효모가 이를 알코올로 변환시키는 ‘이중 발효’가 진행됩니다. 발효 중에는 매일 상태를 확인하고, 향과 기포, 색의 변화를 살핍니다. 초반에는 빵 냄새와 비슷한 고소한 향이 나다가, 점점 술 특유의 과일향과 은은한 산미가 더해집니다.
발효 온도는 보통 15~25°C가 이상적이며, 온도가 높으면 발효가 빠르지만 향이 날아가고, 낮으면 발효가 느려집니다.


여과와 숙성 :  술맛이 완성되는 시간

발효가 끝나면 술지게미(고형물)와 액체를 분리합니다. 이를 여과라고 합니다. 탁주는 걸러지지 않은 상태로, 약주와 청주는 고운 체나 천을 사용해 여과합니다.
숙성은 술의 맛을 더욱 깊게 만듭니다. 약주는 2~3개월, 청주는 수개월 이상 숙성하기도 하며, 증류주는 숙성 기간에 따라 향과 색이 변화합니다. 이때 빛과 온도를 잘 조절해야 산화나 부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발효·양조 과정 해설  : 술이 자라는 법

발효는 ‘당화’와 ‘알코올 발효’라는 두 단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누룩 속 곰팡이와 효소가 전분을 포도당으로 바꾸는 당화가 먼저, 그리고 효모가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발효가 이어집니다. 양조는 이 발효 과정을 관리하고, 완성된 술을 여과·숙성해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는 기술입니다. 경험이 많은 양조가는 발효 탱크에서 나는 향만 맡아도 발효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한 잔 속의 과학과 예술

전통주 빚기는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과학과 예술이 어우러진 작업입니다. 좋은 재료를 고르고, 발효 환경을 세심하게 관리하며, 숙성을 통해 깊은 맛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술맛을 결정합니다. 직접 술을 빚어보면, 그 한 잔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거쳐 왔는지 알게 됩니다. 다음에 전통주를 마실 때는, 그 속에 담긴 발효의 숨결과 양조인의 손길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