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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에 쓰이는 쌀 품종 비교 술맛을 결정하는 숨은 비밀 ‘쌀’에서 시작된다

한잔 로그 2025. 8. 21. 12:25

전통주에 쓰이는 쌀 품종 비교 

술맛을 결정하는 숨은 비밀  ‘쌀’에서 시작된다

전통주의 매력은 단순히 알코올 함량이나 향에 있지 않습니다. 그 맛의 바탕은 ‘쌀’에서 시작됩니다. 누룩과 발효 기술이 술맛을 빚어내는 조리법이라면, 쌀은 그 요리의 재료이자 뼈대입니다. 특히 이화주, 동정주 같은 섬세한 술일수록 쌀 품종에 따라 풍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오늘은 전통주에 자주 사용되는 쌀 품종과 그 특징을 비교하며, 술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통주에 쓰이는 쌀 품종 비교 술맛을 결정하는 숨은 비밀 ‘쌀’에서 시작된다

쌀과 전통주의 역사

쌀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국인의 주식이었고, 자연스럽게 술의 원료로도 쓰였습니다. 『삼국사기』에는 곡주(穀酒)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지역별로 쌀 품종과 양조법이 달라 다양한 술이 발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안동은 찹쌀을 많이 사용해 부드럽고 달콤한 술이, 전라도는 멥쌀을 주로 써서 깔끔한 술이 유명했죠.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전통주 양조인들이 품종을 선택할 때 술의 성격과 어울리는 쌀을 고르는 데 큰 영향을 줍니다.


 멥쌀 : 깔끔하고 담백한 맛

멥쌀은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쌀 품종입니다. 전분 함량이 높아 발효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술맛은 깔끔하고 담백합니다. 멥쌀로 빚은 술은 목 넘김이 가볍고 향이 은은해, 청주나 동정주처럼 맑은 술에 잘 어울립니다. 멥쌀 특유의 단단한 조직은 발효 중 형태가 잘 유지돼, 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멥쌀로 빚은 청주는 봄철 나물과 함께 마시면 특유의 담백함이 음식 맛을 한층 살려줍니다.


 찹쌀 :  부드럽고 달콤한 풍미

찹쌀은 전분 구조가 멥쌀과 달라 끈기와 점성이 강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단맛이 잘 살아나고, 술맛이 부드럽고 풍성해집니다. 찹쌀로 만든 술은 입안에서 감도는 단맛과 묵직한 질감이 특징입니다. 이화주나 일부 약주는 찹쌀을 주원료로 써서 은은한 단향과 크리미한 질감을 살립니다. 특히 겨울철, 따뜻하게 데운 찹쌀 약주는 마치 달콤한 디저트 와인처럼 입안을 감싸는 매력이 있습니다.


향미 품종 :  향을 입히는 쌀

최근에는 일반 쌀이 아닌 ‘향미(香米)’ 품종이 전통주에 쓰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자포니카 품종에 가까운 향미는 발효 후 은은한 꽃향이나 견과향을 내어, 술의 개성을 한층 살려줍니다. 이화주나 프리미엄 약주에서 이런 쌀을 사용하면, 첫 향부터 기존 전통주와 다른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시음한 한 이화주는 향미를 사용했는데, 잔을 들기 전부터 퍼지는 꽃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화주  동정주와 쌀 품종의 궁합

이화주는 발효 과정에서 부드러운 질감과 은은한 단맛이 핵심이기 때문에 찹쌀이 주로 쓰입니다. 찹쌀의 점성이 발효 중 미세한 기포를 형성해, 술이 부드럽게 숙성되죠. 반면 동정주는 맑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므로 멥쌀이 잘 어울립니다. 멥쌀의 단단한 구조가 발효 중 잡맛을 줄이고, 맑은 색과 담백한 맛을 유지하게 합니다. 여기에 향미를 소량 섞으면 향의 깊이가 배가됩니다.


집에서 빚을 때 쌀 선택 팁

전통주를 직접 빚는다면, 어떤 술을 만들고 싶은지 먼저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막걸리나 동정주를 원하면 멥쌀, 달콤하고 부드러운 약주나 이화주를 원하면 찹쌀, 향에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향미를 섞어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쌀은 빻는 정도와 세척·불림 시간에 따라서도 발효 맛이 달라지니, 작은 양으로 시도하며 자신만의 최적 조합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술맛은 쌀에서 시작된다

전통주를 빚는 과정에서 누룩과 발효 환경이 중요하지만, 그 바탕은 쌀입니다. 쌀 품종이 달라지면 술의 맛·향·질감이 모두 달라집니다. 이화주의 부드러운 달콤함, 동정주의 맑고 담백한 매력 모두 그 출발점은 쌀이죠. 좋은 술을 빚고 싶다면, 먼저 좋은 쌀을 고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